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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운용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이 지난 8일 개발자 회의인 구글I/O를 통해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력을 여럿 공개했다. 새로운 인공지능 스피커 네스트 맥스 허브가 출연했고 새로운 스마트폰도 공개됐다. 심지어 텍스트 검색 결과를 3D 증강현실로 구현하는 장면을 보여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글이 구글I/O를 통해 보여준 것은 ‘모두가 인공지능을 누리는 시대’의 초입이다. 이른바 생활밀착형 플랫폼에 자사의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력을 곳곳에 포진시켜 많은 사람들이 구글 인공지능 플랫폼에 갇히는 것을 원한다는 뜻이다. 이는 초연결 시대를 준비하는 많은 기업들의 전략에도 상당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

▲ 구글 개발자 회의가 열리고 있다. 출처=구글

모든 것 담아라?

구글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해 다양한 하드웨어 기업들과 연합전선을 구축, 이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안드로이드 동맹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모바일 시대에서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촘촘한 생태계를 구성했으며, 여기에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들을 포섭해 일종의 ‘하나된 플랫폼’을 구축한다.

하나된 플랫폼에서 패권을 가지는 쪽은 소프트웨어다.

스마트폰의 사례를 보면, 구글의 운영체제를 담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전 세계에서 성과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구글의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패권은 구글이 가진다. 하드웨어의 시장 진입 장벽이 소프트웨어와 비교해 다소 낮은 상황에서, 구글이 하나의 운영체제를 통해 삼성전자는 물론 다수의 하드웨어 제조사들을 지휘하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폼팩터의 획일화된 사용자 경험이 질타를 받는 최근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바다에 이어 타이젠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려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타이젠을 가전 영역에 도입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바일 시대 후 도래한 초연결 시대의 운영체제가 아직 확고한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정해진 전장을 피해 가전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중앙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강자로서 막강한 오프라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그릇을 통해 소프트웨어 패권을 가지려는 야망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플랫폼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아예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의 영역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까지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 스태디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고사양의 하드웨어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지만, 스태디아는 이 대부분을 클라우드에 넣어 사실상 하드웨어의 역할론을 크게 축소시켰다.

▲ AI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인공지능 시대와 함께 급부상한 빅데이터, 나아가 기술의 즉각적인 시너지와 발현을 중심에 둔 클라우드가 게임의 하드웨어 기능을 대부분 수행하면, 게이머들은 고사양 PC를 살 필요가 없고, 게임기를 번거럽게 들고 다닐 필요도 사라진다. 즉 하드웨어 기능이 크게 축소되면서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경우 구글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큰 손이 될 수 있다. 당연히 구글의 소프트웨어 동맹에 소속되어 시장에서 활동하던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입지는 크게 줄어든다.

구글I/O에서의 발표는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하드웨어 흡수 현상이 더욱 노골화됐다. 오프라인, 즉 현실의 모든 것을 온라인 소프트웨어로 넣으려는 시도의 대표사례가 인공지능을 통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텍스트 검색이라는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텍스트 검색 결과라는 ‘단순’ 소프트웨어 검색 결과에서 3D 증강현실로 풀어낸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검색 결과는 결국 오프라인, 현실세계의 정보를 보여준다는 일차적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그 중심축을 더욱 소프트웨어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기존 텍스트 검색 결과는 현실세계의 ‘정보’를 알려주는 단편적인 정보전달이라면, 3D 증강현실 검색 결과는 이제 현실세계의 정보를 알려주는 행위 자체를 완벽하게 소프트웨어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네스트 맥스 허브 인공지능 스피커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자사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음성’이라는 간결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실생활에 침투시키려는 포석이다. 구글이 주장하는 ‘모든 사람에게 인공지능 서비스를’이라는 슬로건과 맞아 떨어지며, 역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인공지능이라는 소프트웨어로 가두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구글의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은 더욱 흥미롭다. 하드웨어 기술은 최소화시킨 후 인공지능 기술력을 통해 기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즉 하드웨어 기술력보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더 큰 존재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드웨어는 스냅드래곤 670을 쓸 정도로 강력하지 않지만, 그 내부에서는 구글의 인공지능이 사실상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구글렌즈 등과의 협업으로 사진 촬영 기능에 인공지능이 유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수준이지만, 조만간 구글은 인공지능을 저가의 하드웨어 단말기에 정착시켜 전체 기능적 측면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려 노력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하드웨어 제조사의 역할도 존재하지만, 인공지능이라는 소프트웨어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 삼성전자의 TV 등 가전에는 모두 AI가 스며들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다른 방식도 있다

구글이 소프트웨어에 하드웨어를 모두 담는 전략을 중심으로 일종의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을 차용했다면, 애플은 자체 iOS 소프트웨어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아이폰을 만들어 내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강자다. 구글이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한다면 애플은 두 영역 모두 운용하며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 텔링, 즉 브랜딩을 통한 고가 전략이 시장에 안착했으나 최근 아이폰 매출 급감이 말해주듯 애플의 ‘주특기’는 다소 빛이 바랜 상황이다. 최근 애플이 애플 TV 플러스 등 다양한 콘텐츠 시장에 진입하며 구독 비즈니스를 가동하는 것은 이러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며, 여기에는 매출 다각화는 물론 자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포석도 깔렸다. 소프트웨어만 강조하든, 둘 다 강조하든 목표는 ‘내 생태계’의 조성에 있으며, 애플은 두 영역 모두 강조하며 콘텐츠 소프트웨어 영역에 구독 비즈니스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내의 네이버도 재미있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는 구글처럼 포털에서 출발한 전형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로봇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올해 초 CES 2019를 통해 네이버가 강조한 것도 로봇 경쟁력이다.

네이버가 로봇 경쟁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역시 구글이나 애플처럼 ‘내 생태계’ 구축에 있다. 다만 확장성에 있어 글로벌 기업과 정면대결을 불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저가의 고품질 로봇을 제공, 내부에 담기는 자사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기술력을 함께 담아내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의 로봇들이 서비스가 아닌 생활밀착형 플랫폼이면서도 단순 작업 등 실제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포트폴리오로 채워진 이유다. 네이버는 현재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기기들을 위한 위치 및 이동 통합 솔루션 xDM 플랫폼, 3차원 실내 정밀 지도제작 로봇 M1을 비롯해 고가의 레이저 스캐너 없이도 원활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가이드 로봇 AROUND G (어라운드G), 와이어 구조의 혁신적인 동력 전달 메커니즘으로 정밀 제어가 가능한 로봇팔 AMBIDEX(앰비덱스),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응용한 전동 카트 AIRCART (에어카트)를 내세우고 있다.

▲ 앰비덱스가 보인다. 출처=네이버

네이버의 로봇은 정밀한 공업 현장이 아닌 서점의 정리, 무거운 짐 옮기기 등의 영역에서 주로 활용되며 여기에 작동되는 인공지능 기술력은 일종의 패키지가 된다. 이 패키지를 일상생활의 다양한 산업 주인공들이 차용할수록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존재감도 커질 수 있다.

구글의 오랜 하드웨어 파트너인 삼성전자는 더욱 과감하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동맹군으로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석학들을 빠르게 영입하며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두 영역의 무게인데,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인프라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과 TV, 세탁기, 건조기 등 다양한 생활가전을 제작하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를 담을 그릇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소프트웨어 일변도로 가고 애플이 두 영역의 균형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면, 네이버는 애플처럼 균형을 추구하지만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의 수단으로 쓰며 무게 중심을 후자에 둔다. 다만 삼성전자는 전자에 집중하며 시너지를 추구하지만 이를 통한 반도체 산업의 재부흥을 노리는 시선도 감지된다.

글_ 최진홍 기자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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