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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콘텐츠화 가능할까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신곳 ‘귀차니스트’를 발표한 가운데, 브랜디드 콘텐츠 및 관련 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력있는 아티스트의 고품질 콘텐츠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를 넘어서는 이색적인 관심입니다.

노래를 두고 귀차니즘에 빠진 현대인의 감성을 재치있는 가사로 풀어냈다는 호평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뮤직비디오입니다. 제작비 0원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기 때문입니다.

인생사 공짜는 없는 법인데, 뮤직비디오를 0원으로 제작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최근 칸의 선택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표준근로계약서로 만들어지는 시대인데, 0원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든 박경이 스태프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했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비밀은 뮤직비디오 자체에 있습니다.

‘귀차니스트’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말 그대로 적나라한 광고들이 쏟아집니다. 간접광고수준의 수줍은 노출이 아니라 모든 광고들이 정말 ‘날 봐줘’라며 보란 듯이 시청자를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구글 어이스턴트 광고가 나오더니 마약배게, CGV, 카카오뱅크, BBQ까지.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그냥 광고들만 모아둔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심지어 엔딩 크레딧까지 싹싹 긁어 먹었더군요. 정리하자면, 박경은 자기의 노래를 출시하고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각 기업들의 광고를 받아 광고비로 제작비를 충당했으며, 이를 고스란히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 박경 뮤직비디오 귀차니스트의 한 장면. 출처=갈무리

업계는 환호하고 있습니다. 광고를 싫어하는 시청자들에게 보란 듯이 광고 그 자체로만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신기원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광고가 콘텐츠가 되다니. 지금까지 온라인 시장에서 동영상 광고는 첨예한 충돌의 현장 그 자체였습니다. 광고를 보여주며 수익을 올리려는 플랫폼 사업자, 콘텐츠 제공자와 어떻게든 광고를 피하려는 시청자의 숨바꼭질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의 고민은 깊어져만 갑니다. 무료 플랫폼에서 광고라도 얹어 수익을 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 결과 다양한 전략들이 나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광고를 집행하는 SMR은 최근 일부 콘텐츠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콘텐츠에 5초 스킵 장치를 넣는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외에도 범퍼광고를 도입하거나 “제발 스킵창을 닫지 말아주세요”라는 읍소전략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경의 뮤직비디오 콘텐츠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광고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사실일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업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손사래를 칩니다. 박경의 사례는 특수성에 기인한 특별한 이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이들은 모두 박경이라는 아티스트에 주목합니다. 파급력있고 재능있는 아티스트가 제작비 0원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는 화제성이 기발한 콘텐츠 파급 효과를 냈을 뿐, 이를 두고 광고의 콘텐츠 전략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즉, 박경이 했기 때문에 화제가 된 것이지 이를 두고 ‘광고의 콘텐츠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 전문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첨언합니다. 박경이 0원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이 이번 신드롬의 비결이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콘텐츠 제작자가 박경처럼 활동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된다는 겁니다. 즉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에 있어 특정 브랜딩에 집중할 때 단순히 ‘브랜드가 좋다’가 아니라, ‘이 브랜드가 좋다고 말하는 우리가 참 재미있다’는 점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역시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 스스로 브랜딩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관점을 달리하면 재미있는 지점이 보입니다. 전문가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가 본업에 너무 집중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는 이마트의 ‘월간가격’에 주목합니다. 월간가격은 다양한 혜택과 정보를 제공하는 기존 할인정보 지면에서 월간지의 방식을 따르는 이색적 콘텐츠 큐레이션 실험에 나서고 있습니다. 즉 기존 정보 전달 중심의 플랫폼에서 재미와 노하우라는 콘텐츠 큐레이션 전략을 통해 고객의 마음에 균열을 내는 순간, 이러한 호기심은 강력한 충성고객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 이마트의 월간가격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무엇을 선택하든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청자 입장에서 ‘밀어내야 할 광고’까지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박경의 뮤직비디오가 보여준 것은 확실하고, 박경과 같은 아티스트가 아닌 어쩌면 평범한 소시민으로 구성됐을 각 기업의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자들은 ‘귀차니스트’가 보여준 공식을 어떻게 내 상황에 맞도록 재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해도, 광고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례가 확실히 증명됐다는 점. 단서는 나왔네요.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글_ 최진홍 기자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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