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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노스 훨훨? 시스템 반도체 전략 큰 힘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와 AMD가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IP)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3일 밝힌 가운데, 두 기업의 시너지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5G 시대를 맞아 업계의 판도 변화를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5G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등 다양한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특히 엑시노스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일부 언론의 호들갑처럼 당장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을 압도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자체 갤럭시 스마트폰에 향상된 엑시노스 비중을 늘리면 의미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엑시노스9820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미묘한 시기, 절묘한 타이밍
삼성전자와 AMD의 현황과 미래를 타진하기 위한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AMD는 컴퓨터의 두뇌인 CPU에서 인텔과 양강체제며 GPU에서는 엔비디아의 숙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의 강자며 최근 시스템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상태다. 모바일 AP 엑시노스를 생산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일부에 탑재하고 있다.

두 기업의 만남은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그 연장선에서 AMD가 화웨이와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AMD의 리사 수(Lisa Su) CEO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9에서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방침을 세우지 않았다. 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100% 다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는 구글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 접근 차단, 인텔 및 퀄컴, 암과의 결별로 사면초가에 빠진 화웨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수준이다.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업황 악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된 시나리오'에 주목하며 실익을 계산하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화웨이 쇼크가 업계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모호한 시기'에 두 회사가 손을 잡은 셈이다.

미묘하고 모호한 시기에 손을 잡았으나, 두 회사의 만남은 절묘한 타이밍이라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AP 경쟁력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삼성전자 모바일 AP 엑시노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엑시노스는 모바일 AP며 삼성전자는 이를 갤럭시S1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일부 탑재하고 있다. 국내에는 엑시노스 모바일 AP가 들어간 갤럭시S10이 출시되지만 외국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넣는 방식이다. 간혹 동일한 스마트폰 기종인데 성능이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모바일 AP 엑시노스는 CPU와 GPU, 통신모뎀이 통합된 시스템온칩(SoC)이다. 최신 버전인 엑시노스 9820은 자체 개발한 4세대 CPU 코어를 적용하고 설계를 최적화해 성능과 전력효율이 동시에 향상됐으며 인공지능 연산 속도는 전작과 비교해 약 7배 늘어났다.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Mali-G76)를 탑재해 전작 대비 그래픽 처리 성능을 약 40%, 동일 성능에서의 전력소모를 약 35% 개선했으며, 업계 최초 8CA(주파수 묶음) 기능과 초당 2기가비트(Gbps) 다운로드 속도의 통신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GPU에 영국 암의 말리를 사용하고 있으나, 최근 말리의 기능에 대한 회의감이 상당한 상태다. 이 대목에서 AMD의 GPU가 말리 대신 엑시노스에 들어가면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AMD의 GPU를 탑재한 엑시노스가 등장하면 모바일 AP 시장의 판도가 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퀄컴이 1위, 미디어텍이 2위, 애플이 3위, 삼성전자가 4위, 화웨이와 TSMC 합작 회사인 하이실리콘이 5위를 달리고 있다. 스냅드래곤이 간판인 퀄컴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바일 AP 시장을 석권한 상태며 미디어텍은 중저가 모바일 AP에 강세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만으로 4위에 올라와 있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AMD와의 협력으로 엑시노스 기술을 증진시켜 자체 갤럭시 스마트폰 탑재 비율을 늘리고 퀄컴 스냅드래곤 비중을 줄여도 점유율이 출렁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AMD와 만난다고 해도 일부 언론의 호들갑처럼 당장 퀄컴의 모바일 AP 존재감을 위협할 가능성은 낮다. 그 정도로 스냅드래곤의 존재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5G 모뎀칩을 비롯해 기지국, 단말기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가동하면 단기간에 의미있는 변화가 나올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협력이 삼성전자와 AMD 모두에게 의미있는 이유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강인엽 사장은 “차세대 모바일 시장에서 혁신을 가져올 획기적인 그래픽 제품과 솔루션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며,“AMD와 함께 새로운 차원의 컴퓨팅 환경을 선도할 모바일 그래픽 기술의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AMD 리사 수 CEO는 "PC, 게임 콘솔, 클라우드와 고성능 컴퓨터시장에서 최신 라데온(Radeon) 그래픽 기술의 채용이 늘고 있다”며,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솔루션을 모바일 시장으로 확장하고 이에 따라 라데온 사용자 기반과 개발 생태계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AMD와의 만남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뉴시스

삼성전자 시스템 큰 그림 탄력받나
삼성전자와 AMD의 만남은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전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지만, 최근 업황 악화의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장비 지출액이 총 557억80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와 비교해 약 7.8% 줄어들 것으로 봤다.

업황 악화의 직격탄은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4조4700억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 5조원을 하회한 것은 2016년 4분기 4조9500억원 이후 처음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된 후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결국 인텔에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인텔은 2분기 매출 161억달러(약18조6800억원), 영업이익 42억달러(4조8700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은 삼성전자가 높지만 영업이익은 약 7500억원 차이가 난다.

설상가상으로 화웨이 쇼크가 겹치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는 심해질 전망이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초기술 격차 로드맵을 세웠다. 나아가 삼성 반도체 2030을 바탕으로 미완의 개척지인 시스템 반도체 공략을 천명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 규모적 측면으로는 ‘역대급’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몬트리올 인공지능(AI)랩을 확장 이전하며 시스템 반도체와 인공지능의 시너지도 추구하고 있다.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부원장은 "종합기술원은 시스템 반도체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몬트리올 AI랩을 통해 인공지능 이론, 차세대 딥러닝 알고리즘 등 향후 10년을 책임질 근원적 혁신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하면서 꺼낸 카드는 파운드리다. TSMC가 50%의 점유율을 가진 파운드리 시장에서 일종의 진격전을 통해 판을 흔들겠다는 각오다. EUV 쟁탈전이 벌어지는 행간이다.

EUV는 기본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광원이다. 초미세 공정의 기반이 된 EUV 기술은 기존 불화아르곤 (ArF)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EUV 광원을 사용해, 보다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UV 노광장비는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장비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부터 일찌감치 EUV 운용 노하우를 축적했으나 아직 완전히 다루고 있다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화성캠퍼스를 통해 EUV를 적극 차용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7나노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는 7나노를 기점으로 EUV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과 그럴 수 없는 기업으로 나눠진다. 여기서 탈락한 것이 7나노 공정을 포기한 글로벌 파운드리며,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는 사실상 미세공정 레이스에서 탈락해 분할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7나노를 중심으로 하는 EUV 정국에서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한 바 있다. 이어 올해 6나노 제품을 출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5나노 기술 개발도 마쳤다. 삼성전자는 최신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EUV 기반 최첨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2020년부터 본격 가동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서 EUV를 중심으로 파운드리에 집중하는 가운데, AMD와의 만남은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AMD가 반도체 설계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팹리스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 구체적인 팹리스 전략은 담겨있지 않다. 이는 상생으로 풀어간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파운드리에 집중하며 국내 팹리스 업체들과의 협력을 핵심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 국내 팹리스 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이 담긴 지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소 팹리스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IP, 아날로그 IP, 시큐리티(Security) IP 등 삼성전자가 개발한 자산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팹리스와 연합하는 선에서 로드맵을 확정했으나, 팹리스인 AMD와 손을 잡으며 전혀 다른 정국이 시작될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AMD의 발주를 받아 7나노 정국에서 힘을 합칠 가능성도 열려있다.

AMD가 대만 TSMC와 거래하고 있다는 점도 미묘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AMD가 파운드리와 팹리스 자격으로 힘을 합치면 TSMC의 점유율이 일부 하락할 수 있다"면서 "TSMC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받는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의외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최선의 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 등 갖은 악재가 터지고 있으나 흔들리지 않고 공언했던 시스템 반도체 전략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긴급 현안 점검에 힌트가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과의 만남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되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면서 “작년에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나아가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전자 계열사 사장단에게 당부했다.

글_ 최진홍 기자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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