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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도전은 아름답다...하지만

오해하지 마십시요. 저 따위가 뭐라고 글로벌 가전기업 다이슨의 전기차 진출 선언을 비웃겠습니까. 가전계의 애플로 불리는 다이슨의 기술은 그 자체로 강력한 혁신입니다. 비록 최악의 AS를 제공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것도 애플을 꼭 닮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선언에 이은 실력입니다. 다이슨은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모두가 '이제 자동차를 타면 거리가 깨끗해지는 시대가 오겠네'라고 환호하고 있지만 저는 더 큰 그림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전기차의 재등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어떤 시사점을 보여줄까요? 나아가 테슬라는 왜 에너지 기업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각 국은 왜 전기차를 원하고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펩시는 어떻게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맞습니다. 다이슨의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지만, 다들 지나치게 환호하는 것 같아 살며시 딴지를 한 번 걸어보려 합니다.


다이슨의 도전, 의미있다

청소기와 선풍기 등 가전제품 시장에서 다소 특이한 프리미엄 제품을 주로 만드는 다이슨이 2020년 전기차 시장 진입을 선언했습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다이슨의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현재 400명의 직원들이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20억파운드(약 3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금의 절반은 차량개발, 나머지는 배터리를 제작하는 것에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다이슨의 선언은 일차적으로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는 것. 벌써 많은 나라들은 전기차 시대를 전제로 한 교통정책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표적이에요. 지난해 총 28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을 추월한 세계 1위 자동차 대국이 된 상태에서 신에너지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1년 8159대에 머물렀지만 2015년 무려 35만2000대로 성장했어요.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해외 제조사들이 단독으로 자국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테슬라도 이미 진입한 상태입니다.

다음으로는 진입장벽을 논할 수 있습니다.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보다 절대부품수부터 적어요. 게다가 모터로 작동하기 때문에 핵심 기술력을 가진 가전회사가 뛰어들기도 좋습니다. LG전자가 VC사업본부를 세워 전장사업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 다이슨 전기차 진출 선언. 출처=트위터 캡처

다이슨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전기차 시장의 핵심을 파고들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올해 초 가디언, BBC가 다이슨의 전기차 시장 진입 가능성을 보도했을 당시 다이슨은 정식으로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어요.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은 물론 테슬라에서 일하던 인사를 잇달아 영입하는 등 충분한 단서를 흘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탁월한 모터 기술력,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생산하며 축적한 디자인 노하우까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모든 전자업계의 화두 중 하나인 기술상향표준화가 전기차 업계에서도 재연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제 음료업체 펩시도 스마트폰을 만드는 시대거든요. 펩시의 펩시폰은 5.5인치 화면에 미디어텍의 1.7GHz 옥타코어 MT6592칩셋, ARM 말리450 MP4 GPU를 탑재한 꽤 쓸만한 중저가 스마트폰입니다. 펩시가 스마트폰을 만드는데, 하물며 모터 기술을 가진 다이슨이 전기차를 만들지 못할까요.

▲ 펩시폰. 출처=펩시

강력한 파괴력 보여줄까?

다이슨 이야기를 더 하겠습니다. 다이슨이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기존에 없는 제품'이라는 키워드에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제품은 아니지만, 방식이나 구동이 새롭다는 뜻입니다. 선풍기와 청소기는 예전부터 있었죠.

그런데 다이슨은 날개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었습니다. 제임스 다이슨 창업주가 전기차 시장 진입을 선언하며 "이전에 없는 새로운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일갈한 대목이 의미심장한 이유입니다. 네, 기존 전기차와는 다를겁니다.

그런데 묘한 대목은, 다이슨 전기차가 지금까지 다이슨이 추구한 초 프리미엄 전기차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서 다이슨이 솔리드스테이트배터리(SSB)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적은 부피로 충전용량을 늘리는 기술에 집중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만약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가격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디자인에 막대한 공을 들인다고 제임스 다이슨 창업주가 직접 언급했습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출고가 6만5000파운드(약 1억원) 상당의 전기차를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이슨이 프리미엄 전기차를 만든다? 이는 전격적인 시장 장악 의도가 있다고 보기보다 일종의 브랜딩 전략으로 봐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기차 시장이 태동하고 있으나 아직 완전한 전기차 시장이 완벽하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시장 장악에 나서려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요? 기본적인 저변 인프라를 채워가야 합니다. 대중에게 '우리의 전기차는 이렇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후 생태계로 유인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리미엄의 대명사 아이폰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 이미 노키아는 2000년 세계 최초 컬러 TFT 액정을 탑재한 노키아 9210 커뮤니케이터를 출시했습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기 전 PDA폰이 중간다리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어요. 애플은 뉴턴 메시지 패드를 출시했으며 삼성전자도 애니콜 풀터치 PDA폰을 론칭했습니다.(계속)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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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최진홍 기자
201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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