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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예술의 확장, 초월, 참여에 집중하라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예술이 기술이자 도구며, ICT가 기술이자 도구라면 목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간 사유의 근원을 찾아가는 긴 여정에 두 도구의 비전이 숨어 있다. 예술과 ICT가 동반자이자,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파트너인 이유다.

▲ 서예를 주제로 하는 행위예술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확장과 초월의 미학

예술과 ICT의 만남을 이해하려면 행위예술(行爲藝術)의 기원을 알아야 한다. 행위예술은 기존 전통적인 장르예술로 충족하기 어려운 욕구를 신체를 활용해 표현한다. 재미있는 것이, 과정의 묘미다. 회화는 그리는 화가의 붓 끝에 집중하지 않는다. 완성하지 않은 미완의 작품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행위예술은 인간이 신체를 움직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움직이고, 대중과 호흡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행위예술을 소위 과정예술, 퍼포먼스로 부르는 이유다. 예술의 시간이 확장됐다.

예술과 ICT의 만남은 행위예술이 보여준 과정예술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드론의 비행을 설정하고, 개발자가 알고리즘을 구축해 단말기와 연동하는 모든 작업이 예술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단순히 드론이 굉음을 내며 비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철저한 계산과 합리적인 설계가 드론으로 표현되는 모든 예술의 영역을 삼켜버린다.

ICT가 도구로 활용되며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현상도 발견된다. <르누아르:여인의 향기 展>에는 다양한 효과가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단순히 시각 도구에만 매몰된 게 아니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충족한다.

가상현실도 마찬가지다. 회화의 한 장면이 갑자기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걸어 온다면? 회하의 한 장면으로 빨려들어간다면? 예술가의 손에 들린 붓과 조각칼은 ICT 기술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드론이 하늘을 날아 땅에서 본 정경 이상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시대다.

예술이 ICT와 만나 확장의 개념으로 이어진다면, 다음은 초월이다. 말 그대로 시공간을 돌파한다. 구글 아트 앤 컬처가 대표적이다. 편안한 집에 누워 세계의 예술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드론이 하늘을 날아 땅에서 본 정경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개념이 창작자의 개념에서 확장과 초월이라면, 감상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초월의 감성으로 정립될 수 있다.

▲ 로랑 가보 구글 아트 앤 컬처 랩 총괄이 반짝 박물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가장 중요한, 참여의 감정

확장과 초월은 예술이 ICT와 만나 박물관에 들어가는 순간 가장 원한 감정이다. 박물관(博物館)의 박(博)은 넓고 깊다는 뜻이다. ICT는 박(博)의 개념에 큰 힘을 더할 수 있다. 확장과 초월이 가능하다면 다음으로 가능한 것은 무엇일까. ‘참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구글은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과 만나 ‘반짝반짝 박물관’을 한시로 열었다. 기가픽셀 등 첨단 기술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문화유산과 예술 작품들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총 4개의 공간에서 문화와 기술의 만남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전자 그림판 및 틸트 브러시를 사용해 디지털 그림을 그려보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그림’ 공간 ▲기가픽셀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미술작품을 고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것은 크게, 먼 것은 가깝게’ 공간 ▲카드보드 및 뮤지엄 뷰 기능을 사용해 세계적인 유적지를 실제 가본 것처럼 감상할 수 있는 ‘가보지 않아도 가볼 수 있는 세상’ 공간 ▲인공지능 기술로 어린이와 컴퓨터의 생각을 이어주는 디지털 실험실 ‘이어주고 묶어주고’ 공간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3년 국내 박물관 최초로 구글 아트 앤 컬처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구석기시대 주먹도끼, 신라 진흥왕 순수비, 신라 반가사유상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 박물관의 내부를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둘러볼 수 있는 뮤지엄 뷰 기능도 보여줬다.

▲ 아이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박물관 체험을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아이들에게 구글의 감성을 주입하려는 의도가 깔렸지만, 큰 틀에서 보면 예술과 ICT의 만남을 ‘참여’로 끌어낸 대표 사례다. 로랑 가보(Laurent Gaveau) 구글 아트 앤 컬처 랩 총괄은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아태지역 최초로 서울에서 구글과 함께하는 반짝 박물관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면서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의 기술적 발전으로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이번 박물관을 통해 어린이들이 전 세계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문화, 예술,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더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수 어린이박물관 과장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구글의 만남은 오프라인의 박물관과 온라인의 구글이 만났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 과장에 따르면 전시물들이 즐비한 곳을 천천히 살피는 것이 지금까지의 박물관이라면, 미래의 박물관은 공간과 시간을 넘어 모든 영역에서 ‘박물관 사용자 경험’이 관통하게 되는 시대다. 박물관을 방문해 ICT 기술로 전시품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 나아가 다양한 설명을 생생하게 체험한 후 집으로 돌아가도 동일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박물관에는 가상현실 기기로 전시품을 체험하고 그 이면의 역사를 ‘공감각’을 통해 습득하는 장치들이 상당히 말았다. 여기에 단순한 시각의 자극이 아닌 촉감을 강조하는 전시 코스도 있었으며 세계적 명화들을 디지털 정보로 만들어 자세하게 뜯어보는 코너도 있었다. 이러한 ICT적 관점을 관람이 끝난 후에도 연장시킬 수 있어야 미래 박물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술과 ICT가 모두 도구지만, 이들은 각각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다른 인프라에서 완성되고 있다. 둘의 만남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참여의 감성으로 유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화가 밥 로스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참 쉽죠?”

글_ 최진홍 기자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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