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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세상을 알아가는 진리의 여정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예술(Art). 우리는 흔히 예술을 지고지순한 정신의 영역, 혹은 범접할 수 없는 대가의 카리스마가 남긴 탄성의 수평선으로 밀어넣는 경향이 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대한 ‘경의’와,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할 수 없어’라는 자기한계의 자조감이 충돌한다. 우리는 그렇게 예술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신성화했다.

▲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가 대담회를 열고 있다. 출처=뉴시스

의도의, 기술의 행위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옥스퍼드대 교수는 인류 최초의 예술품으로 독일 슈타델 동굴에서 발견된 3만2000년 전의 사자상을 지목했다. 매머드의 상아를 깎아 사자와 인간의 형체를 결합한 조각상이다. 사자의 머리와 인간의 하체가 붙어 있는 점이 특이하며, 무엇보다 사자의 얼굴이 빙그레 웃고 있다. 인간이 사자의 용맹함을 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무언가를 기원하며 만들어진 인간의 의도가 예술로 이어진다고 봤다.

사실 예술(藝術)이라는 단어의 뜻을 살피면 답은 쉽게 나온다. 예(藝)는 기능과 기술을 의미한다. 인격을 연마하고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수단이다. 술(術)도 마찬가지다. ‘나라 안의 길(邑中道)’을 의미하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방도다.

▲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에서 인텔 슈팅스타 드론이 날았다. 출처=뉴시스

예술, ICT와 만나다

올해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은 선수들의 열정과 환호, 무엇보다 남북한 교류협력의 물꼬가 트인 역사적인 스포츠 이벤트다. 동시에 IT로 인간이 탐할 수 있는 최대의 미적 취향을 극대화한 순간이기도 하다.

대표 사례가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이 보여준 화려한 퍼포먼스다. 전 세계인을 놀라게 만든 드론의 라이팅쇼의 주인공은 인텔이 만든 슈팅스타 드론이다. 폐쇄형 프로펠러 쿼드콥터(Quadcopter with Encased Propellers)로 분류되는 슈팅스타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8438493㎜에 불과하며 회전직경은 6인치다. 최대 이륙 무게는 330g이며 최대 8분 비행이 가능했다. 최대 속도는 초속 3m였다.

인텔 슈팅스타는 이번 라이트 쇼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인텔 코리아에 따르면 LED 조명을 내부에 장착한 인텔 슈팅스타는 하늘 위를 비행하면서 40억가지가 넘는 색의 조합을 연출해낼 수 있다. 유연한 플라스틱 및 폼으로 이뤄진 프레임으로 제작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개막식 당시 라이팅쇼를 단 한 사람이 조작했다는 것이다. 테스트를 거치며 평창의 밤 하늘을 불어오는 강풍에 견딜 수 있게 조작됐고,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와 애니메이션 인터페이스를 통하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만에 드론 라이트 쇼를 기획할 수 있었다.

개막식에도 ICT 올림픽의 면모가 크게 강조됐다. 개막식 초반 ‘평화의 땅’이라는 주제로 고구려 벽화 속 사신도가 깨어나는 장면은 현대 특수효과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원도 다섯 아이가 펼치는 모험이 이어지며 ‘모두를 위한 미래’로 꾸려진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그대로 가져왔다. 강원도의 다섯 아이는 시간의 강 끝에서 빛나는 미래의 문을 통과해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로 만들어진 ‘스마트시티’ 곳곳을 여행한다. 다섯 아이의 미래 직업은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는 과학자,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공연을 펼치는 가수, 실감현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 스마트시티를 개발하는 도시 공학자 등이다.

올림픽 무대를 통해 세계인이 나눌 수 있는 하나된 감정을 예술로 끌어냈다. 예술은 만국 공통어, 즉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교집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ICT 기술이 도입되어 무한한 표현의 확장을 꾀했다. 하늘을 날고, 빛을 발사하며 지구를 바꿨다. 중세의 예술가가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면, 현재의 예술가는 드론 조종대를 잡는다. 표현의 영역은 무한대다.

▲ 평창 올림픽은 ICT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출처=뉴시스

가상현실과 박물관, 예술관의 만남도 있다. 한양대학교는 국내 가상증강현실 연구센터와 협력해 지난 5월 ‘미술품 기록보존, 공학을 만나다’ 전시회를 열었다. 참관객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활용해 다양한 미술품을 즐길 수 있다. 판에 박힌 이미지가 아닌, 눈 앞에 떠오르는 예술의 정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활용한 미술관, 박물관의 사례는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대중화 전철을 밟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방향, 즉 정체성의 이질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시작부터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지향한다. 수상기 1003대를 탑처럼 쌓아 만든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을 비롯해 다양한 전자 예술품이 들어서 있다. 미국 뉴욕에는 스파이 박물관도 있다. 스파이 활동을 체험하게 한다. 어두운 공간에 조명과 첨단 정보기기들이 배치된 가운데 인터랙티브 팔찌를 차고 스파이 기술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가장 일반적인 미술관의 전시를, ICT로 수놓은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있었던 체험형 전시인 <르누아르:여인의 향기 展>이다. 르누아르는 인상파 화가 중에서도 여성의 행복한 한때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사랑과 낭만’의 화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가장 밝고 다채로운 색채를 표현함으로써 삶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화가로 유명하다. 이를 ICT 기술로 생생하게 풀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전시 공간 구성은 ▲프롤로그: 꽃의 연회 ▲몽마르트 가든 ▲미디어 회랑 ▲드로잉 뮤지엄 ▲그녀의 실루엣 ▲우아한 위로 ▲미디어 화실 ▲포토존 ▲그의 향기 순으로 펼쳐졌다. ICT의 손에서 부드러운 감성이 가미된 컨버전스아트 예술 장르로 거듭났다.

▲ 회화와 ICT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미국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도 재미있다. 100여개국에서 4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활발한 네트워크며 ICT와 예술의 만남을 지향한다. 올해 3월 행사에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물론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위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펼쳐졌다.

셀카를 찍으면 전 세계 박물관에 전시된 예술품과 이미지 매칭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바로 '구글 아트앤 컬쳐'다가 그것이다. 구글 아트 앤 컬쳐는 단순히 박물관 예술품을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본인과 닮은 예술품을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품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며, 방대한 예술세계를 내 손안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즐기는 것이 모토다. 70개국 1500개 이상의 박물관에 보관된 예술품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새로운 기능이 바로 셀카를 통한 예술품 이미지 매칭이다. 사용자가 셀카를 찍어 구글 아트 앤 컬처에 접속하면 자기와 닮은 예술품을 찾을 수 있으며, 현재까지 7000만장의 셀카가 모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코리아 헤리티지 장면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3D 프린팅도 예술과 만났다. 서울 마포구 연세로 일대에서 지난 6월 열린 ‘WE Start UP 업스트리트 2018’에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예술품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최근 기술적 진척도가 더디지만, 3D 프린팅은 제조의 영역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인공지능이 예술의 주체가 되는 사례도 발견된다. 독일 뮌헨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GTC 유럽(GTC Europe)’ 행사에서 캠브리지 컨설턴트(Cambridge Consultants)의 딥러닝 기반 애플리케이션인 빈센트가 공개됐다. 기본 스케치만 제공되면 미술 대가의 스타일로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인공지능이다. 캠브리지 컨설턴트의 인공지능 연구실인 디지털 그린하우스(Digital Greenhouse)가 수천 시간을 들여 연구한 성과를 토대로, 5명으로 구성된 팀은 두 달 만에 빈센트 데모를 구축했다.

구글 브레인 팀의 예술 부문 그룹인 그레이 에어리어 파운데이션(Gray Area Foundation)이 주축이 되어 딥드림(DeepDream)으로 초현실 이미지를 구현, 음악을 창조해냈다. 당시 마젠타 프로젝트는 약 80초 분량의 피아노 곡을 발표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 홍릉 KOCCA 콘텐츠시연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융합형 콘텐츠 협업 프로젝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의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이 중 인공지능 개발자와 공동으로 음악을 작사작곡한 팀 ‘몽상지능(Daydream Intelligence)’ 노래가 눈길을 끌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음악 작곡도 인간과 협업할 수준이다. 물론 인공지능 혼자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파트너 개념이다.

▲ 한국콘텐츠진흥원이SM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쇼케이스를 벌이고 있다. 출처=뉴시스

홀로그램과 K팝을 연결하는 디스트릭트홀딩스의 이성호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에서 “첨단기술은 기존 콘텐츠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콘텐츠가 주는 경험의 외연을 넓혀주는 데 첨단기술이 활용되는 셈이다. 예컨대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비싼 값을 주고 구하지 않으면 공연을 보기 어려운데, 홀로그램 공연장에 방문하면 마치 그 가수의 콘서트에 온 것 같은 경험을 저렴함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면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기존 매체 환경을 넘어 색다른 혹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첨단기술이 굉장히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협업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성시연 예술단장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영역은 당분간 뚜렷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음악을 소비하는 소비자층이 작곡가의 어떤 부분적인 요소만을 좋아하거나 특정 화음리듬빠르기 등 좋아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서 듣기 시작하고, 그것이 트렌드가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_ 최진홍 기자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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