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취지 변한 방통위 시행령 개정안...인터넷 업계 "절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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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취지 변한 방통위 시행령 개정안...인터넷 업계 "절망적"
  •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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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모두 "통신사처럼 규제 받아라"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문재인 정부의 ICT 업계에 대한 몰이해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인터넷 기업들에게 국가 기간 인프라 사업자인 통신사 수준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규제 샌드박스 가동 등 새로운 ICT 기술의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일부 정부 부처의 석연치 않은 행정 편의주의가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 방통위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이다. 출처=방통위

상식적으로 '보이는' 방통위 시행령 개정안
10일 업계에 따르면 신경민 의원실은 지난해 4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며 그 배경으로 통신장애에 따른 명확한 배상 규정을 지목했다. 해당 안은 당시 SK텔레콤의 통신장애가 발생하며 이에 따른 기간 인프라 사업자의 책임과 배상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고, 이러한 혼란함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 라인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KT 아현지사 화재가 벌어진 후 논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및 하위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전기통신역무가 중단될 경우 사업자는 즉각 이용자에게 알려야 하며 손해배상에 대한 명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업자 구분은 기간통신사업자와 집적정보통신시설사업자를 비롯해 전년 기준 매출액 1조원 이상 전기통신서비스 사업자나 전년 기준 매출액 100억원 이상, 3개월 일평균 이용자수 100만명 이상 부가통신사업자다. 해당 사업자들이 전기통신역무 중단 시 이를 지키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안을 정리하면 사업자는 서비스 장애 등이 발어졌을 당시 즉각 이용자에게 알리고 명확하게 배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납부하는 것이 골자다. 상식적인 법안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각론에 있다.

▲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규제 범위 확대된 방통위 카드?
방통위가 해당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부터 적용할 방침인 가운데, 국내 ICT 업계에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초 신경민 의원실에서 통신사들의 서비스 장애에 대한 대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안이 방통위로 넘어와 그 범위를 통신사는 물론, 인터넷 사업을 영위하는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7일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상위법 개정(신경민 의원실)과 시행령 개정(방통위)의 취지가 부합하지 않으며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통신 사업자의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협회는 "과도하고 부당한 규제"라면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명확성 원칙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최초 신경민 의원실이 개정 발의한 상위법의 대상은 이동통신사업자, 즉 통신사라고 지목했다. 협회는 "이동통신사업자는 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로 전기통신사업법의 사업자 분류에 따르면 기간통신역무를 제공하는 기간통신사업자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동통신서비스와 부가통신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동통신서비스는 정형화된 요금체계가 있는 반면, 부가 통신서비스는 요금이 없거나 요금 방식이 서비스마다 다르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안이 최초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별도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개정안의 대상은 기간통신사업자로 한정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개정안의 모호함도 지적됐다. 방통위 개정안에 등장하는 규제 대상 사업자를 매출액 기준, 일평균 이용자수로 설정하는 것에 모호함이 많다고 주장하는 한편, 100만명 미만의 부가통신사업자가 무료 서비스를 할 경우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무료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상황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통신사 망이 다운될 경우 카카오톡 등이 먹통이 되면, 카카오 입장에서는 이용자에게 이 사실을 빠르게 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시행령 개정안은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하는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 모두 동일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활용하는 국가 기간 인프라 사업자와 일반 인터넷 기업을 동일선상에 두고 규제한다는 발상이 신선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대형 ICT 인터넷 기업들이 유례없는 규제와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는 "통신사의 망은 모든 통신, ICT 플랫폼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국민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반면 인터넷 사업자들의 플랫폼은 통신사 망 다운과 비교해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 아니다. 방통위는 결국 국내 ICT 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가능성도 나온다.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안에는 국내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국가 기간 인프라 사업자인 통신사 수준의 규제를, 그것도 현실성이 떨어지고 모호성도 큰 시행령 개정안을 적용하는 한편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경쟁자인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에게는 꽃 길을 깔아주는 셈이다.

우려는 최초 안을 낸 신경민 의원실에서도 나오고 있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최초 법안의 취지는 통신사의 장애에 대한 것이었으나 방통위에서 입법 취지가 달라졌다"면서 "방통위가 '과하게' 입법 취지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방통위에서도 다양한 의견 수렴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의원실에서도 당연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 의원은 지난해 안을 낼 당시 국회 과학기술방통신위원회 위원이었으나 지금은 교육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통위의 개정안 시행령 논의 국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인터넷 기업들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여러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내달 시행령 개정안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의견 수렴 자체도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는 비상이다. 출처=각 사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 다른 잣대 필요하다
통신사의 망이 고속도로라면 인터넷 기업의 플랫폼은 일종의 휴게소로 비유할 수 있다. 고속도로가 존재해야 휴게소가 존재하며, 최근에는 통신사들도 탈통신 전략을 바탕으로 의욕적으로 휴게소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핵심은 통신사들의 고속도로가 깔린 땅은 국민 모두의 자산이며, 이는 확실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인프라며 가장 중요한 인프라기 때문이다. 각 국의 정부가 통신사를 모두 자국 기업으로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통신사는 그와 비례해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다만 인터넷, 즉 ICT 기업은 다르다. 대한민국의 고속도로가 깔려도 미국의 휴게소가 들어서 한국의 휴게소와 경쟁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적절한 힘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대한민국의 휴게소에 고속도로 수준의 규제를 적용, 사실상 업계의 동력을 상실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상황이 다른 상태에서 서로 다른 잣대를 마련해 동시에 육성하고 키울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