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네이버 브이와 카카오 픽코마...덕질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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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네이버 브이와 카카오 픽코마...덕질의 경제학
  •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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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아름답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바야흐로 덕질의 시대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덕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말하며, 이제는 플랫폼 생태계 비즈니스에서도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 샤오미의 미펀이나 애플의 애플팬덤처럼, 이제는 덕질하는 이들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시대다.

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덕질의 경제학이 꿈틀거린다. 두 기업은 원래부터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플랫폼 로드맵을 구사했으나, 최근에는 이 분야에서 더욱 강렬한 덕질의 유혹에 나서 눈길을 끈다. 네이버 브이와 카카오 픽코마 이야기다.

▲ 박선영 네이버 브이 CIC 공동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브이의 성공 전략
2015년 시작된 네이버 브이의 성장세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글로벌 전략이 눈길을 끈다. 박선영 네이버 브이 CIC 공동대표는 브이 라이브의 성장세를 설명하며 “230개 나라의 글로벌 팬이 모였다”면서 “7200만 누적 다운로드가 발생했고 주간 방문자수는 1000만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우리의 핵심 타깃은 1020 세대 여성”이라면서 “브이에는 글로벌 사용자가 85%, 24세 미만이 75%에 이른다”고 말했다. 재생 숫자는 65억건, 13억개의 댓글이 브이를 채우고 있다.

브이의 비전은 세 가지로 축약된다. 먼저 글로벌 전략. 네이버TV가 일반적인 유튜브 수준의 정체성을 가진다면 브이는 스타와 팬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정해졌고, 스타가 팬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 연장선에서 방탄소년단같은 대형 한류 스타들이 부상하며 브이의 글로벌 전략이 춤추고 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확장도 눈길을 끈다. 단순 라이브 중계를 넘어 굿즈 판매 및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팬십이 대표적이다. 팬십은 셀럽, 즉 스타와 팬이 만나는 멤버심 플랫폼이다. 가입하면 모바일 휴대폰 화면에 스타의 상징을 담은 별도의 아이콘이 설치돼, 스타의 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콘서트 티켓 선예매, 스페셜 라이브 영상, 오프라인 이벤트 초대 등 멤버십 팬들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도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동남아시아 등 현지의 열악한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네이버페이 등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ㅁ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기술적 도전이다. 장준기 브이 공동대표는 “8K를 위한 기술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으면 약 50% 수준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노이즈캔슬링 이상의 사운드 기술력 확보와 레이턴시를 1초 대로 잡아내는 기술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이는 현재 AVC/H.264에서 HEVC/H.265 적용을 완료했고 라이브 인코더를 자체 제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가상현실 로드맵에 시선이 집중된다. 아직 5G의 초입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기 어렵지만 3분기 가상현실 전용 앱을 출시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당장 8K 지원은 어렵고 3분기 4K 중심의 가상현실 전용 앱을 출시할 것”이라면서 “오큘러스를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있으며 국내 통신사 한 곳과 마케팅적 측면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이다.

▲ 팬십의 로드맵이 보인다. 사진=임형택 기자

픽코마의 성공 전략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도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전년대비 방문자수 2.2배, 매출이 2.7배 늘며 공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기대비 32%, 전년대비 173% 성장했으며 지난해 일본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앱 통합 다운로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픽코마의 비상에 카카오도 웃었다. 카카오는 1분기 매출 7063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콘텐츠 부문에서 전 분기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39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멜론의 뮤직 콘텐츠와 함께 픽코마가 포함된 유료 콘텐츠 매출이 비상했다. 유료 콘텐츠 매출은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 플랫폼 성장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71% 성장한 746억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초기 픽코마는 절망적이었다. 김수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지난해 2주년 파트너스데이 당시 “2015년 5월 일본에 와 많은 출파사와 만났는데, 다들 너무 늦었다는 충고를 했다”면서 “2013년부터 다양한 만화앱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픽코마는 초창기 80개의 작품을 받아 시작했으나 일일 방문자 수가 300명에 그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심지어 일일 방문자수가 6명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왠만한 초등학생 유튜브 방문자에도 미치지 못하던 픽코마의 인기는 어떻게 3년 만에 극적인 반등을 했을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의 흐름을 명확하게 간파한 장면이 눈길을 끈다.

만화시장이 웹툰으로 많이 이동한 국내와 달리, 일본은 아직도 만화 그 자체에 환호하는 매니아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의 웹툰이 종이 단행본 만화 시장으로 옮겨오며 일종의 '병용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픽코마와 덴츠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에서 만화를 접하는 매체는 모바일 앱이 28.6%로 단행본 39.6%에 이어 두번째였다. 특히 종이 단행본 만화와 만화앱을 병용하는 이용자의 40.1%는 주4일 이상 만화를 본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한 달 동안 만화에 쓰는 비용이 1000엔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9.3%에 달했다.

여기에 만화앱은 기존 종이매체로는 만화를 보지 않던 1030 세대의 젊은 여성층을 새로운 독자로 대거 유입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화앱 이용자 중 75%가 종이매체와 앱을 모두 활용하는 병독 계층으로 분류됐다는 설명이다. 픽코마는 그 연장선에서 모바일과 종이 만화의 가능성 모두에 집중하며 새로운 사용자 환경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등 다양한 ICT 기술도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 김수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카카오

"덕을 쌓았다"
네이버 브이는 글로벌 전략, 오프라인으로의 확장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가동, 뛰어난 기술 인프라를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카카오 픽코마는 콘텐츠 전략의 유연한 대응을 통해 현지의 변화를 확실하게 잡아낸 로드맵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나아가 명확한 타깃층도 잡았다. 실제로 브이는 2030 아시아 여성을 목표로 잡았고 픽코마는 모바일과 종이 만화를 모두 즐기는 이들을 목표로 잡았다. 재미있는 것은 픽코마의 경우 기존 종이 만화를 보지 않던 1030 여성들이 픽코마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대거 유입됐다는 점이다. 최소한 웹툰 만화 플랫폼의 큰 손은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입증됐고, 이는 두 플랫폼 모두 명확한 타깃층 설정에 성공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이 두 플랫폼의 성공적인 현재를 100%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전략과 타깃층 설정, 비즈니스 모델은 모두 부차적인 도구기 때문이다. 브이와 픽코마의 핵심적인 성공비결은, 바로 '덕질의 문화'에 있다.

네이버 브이는 사실 매우 독특한 플랫폼이다. 유튜브처럼 일반인의 영상이 자유롭게 올라와 생태계를 넓히는 것도 아니고,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동원해 명작의 기쁨을 제공하는 곳도 아니다. 유튜브의 다양한 영역 중 스타와 팬의 만남이라는 매우 좁은 영역을 떼어와 넷플릭스처럼 공급자와 수요자를 고정시켰다. 보기에 따라 매우 위험한 도전이다.

이 위험한 도전이 성공한 것은 바로 덕질의 문화에 있다.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덕질은 주로 아이돌 덕질을 말한다. 샤오미, 애플 덕질도 있으나 아이돌 덕질에 비하면 그 유구한 역사와 '농도'에 비할 바 아니다. 이는 고스란히 브이의 힘이 됐다.

브이는 초반 덕질이 넘치는 영역에만 집중해 그 주도권을 스타에게 줬고, 스타가 크리에이터가 되어 팬을 관리하도록 만드는 기민한 작전도 성공시켰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전략이다. 1인 크리에이터도 마찬가지지만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당연히 시청자를 원한다. 그리고 팬의 사랑을 당장 먹고 사는 스타의 경우 이는 더 절박하다. 조금만 관리하지 않으면 떠나버리는 것이 팬이며, 감수성 예민한 젊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브이에 들어온 스타는 시간이 갈수록 본인이 더 팬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엔터테인먼트라는 특성을 잘 살린 덕질의 플랫폼을 구축한 브이의 전략이다. 브이가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각 채널들이 일종의 커뮤니티로 변신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박 대표는 “스타와 팬의 만남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창출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면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라이브 기능은 정해진 기능에서 소통이 가능하지만, 브이는 채널을 개설한 스타가 직접 팬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픽코마의 경우는 소통이라는 전제는 없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의 열정적인 지지를 끌어낸 장면이 주효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 1억2000만명의 일본인들에게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했다. 만화에 덕질하는 현지인들은 픽코마의 모바일+종이 만화 콜라보에 환호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덕심'은 고스란히 픽코마의 자산이 됐다.

브이와 픽코마 모두 덕질 플랫폼의 경제학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나, 명확한 차이점 하나도 가지고 있다. 브이의 경우 덕질의 대상이 스타, 즉 콘텐츠 제공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으나 픽코마는 픽코마 자체에 대한 덕질이 이어지는 지점이다. 물론 픽코마도 콘텐츠 제공자인 작가에 대한 덕질이 강하지만, 브이와 비교하면 그 충성도는 픽코마 플랫폼과 적절히 나누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미묘한 전략의 차이도 추후 콘텐츠 플랫폼 전개 국면에서 의미있는 시사점을 보여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