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이라도 더"...G20 앞 둔 美中 '장군멍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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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이라도 더"...G20 앞 둔 美中 '장군멍군'
  •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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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국법, 중국 투트랙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회의를 기점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막판 힘 겨루기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정상의 만남이 예고된 상태에서 서로를 향한 압박 수위를 올려 추후 협상 과정에서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담판을 앞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다.

▲ 미중 무역전쟁이 G20 회의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미국, 압박에 압박
미국은 5월 미중 무역협상이 부결된 후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올리고 있다.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한편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으려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5G 장비는 중국에서 제작될 수 없다는 방침도 고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자국에서 사용되는 5G 장비는 중국 밖이나 미국 내에서 생산되고 디자인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이버 안보 위협을 막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장비만 쓰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중 중국의 화웨이는 당연히 자국을 중심으로 제조 거점을 가지고 있으며, 노키아와 에릭슨도 각각 10%, 45%의 물량을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 현실이 될 경우 이들은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제조 거점의 상당부분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 미국은 내친김에 중국 수퍼컴도 정조준했다. 미국 상무부는 22일 화웨이에 이어 중국 수퍼컴 생산 업체와 연구소 5곳을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렸다. 5G는 물론 수퍼컴 경쟁에서도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는다는 의지다.

▲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중국 기술굴기를 꺾으려는 시도와 함께 금융 부문에서의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WSJ은 25일 미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자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대북 제재를 어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은행 세 곳에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거부당했고, 현재 법원은 이들 은행에 법정 모독죄 판결을 내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애국법에 기초한 미국의 반격이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있는 중국 대형은행은 중국교통은행과 중국초상은행, 상하이푸둥발전은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을 위해 약 1억달러의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되는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와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 교환 형태로 톱다운 방식의 대화를 재개하는 한편, 오는 29일 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접경 지역인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대북 제제 이슈라 시선을 끈다. 북미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어렵게 협상궤도로 돌아온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제재와 관련된 현안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이유다. 이에 앞서 홍콩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법 집회 당시 미국이 정치적 접근으로 홍콩 시민을 지지, 시진핑 주석을 압박했던 사례처럼 이번 수퍼파워의 격돌이 정치와 경제 및 외교, 국방 등 다양한 현안들이 얽혀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 시진핑 주석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중국, 정중동 속 강경대응 예고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중국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굴기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지난 24일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자국 과학계를 대상으로 핵심 연구를 조용히 진척시키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글을 게시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협상의 선봉에 선 류 부총리의 '자제 발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개되며 중국의 기술굴기가 대외적으로 주목받자 미국의 타깃이 된 상황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류 부총리가 과학기술판 '도광양회'를 주문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강공모드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24일 사설을 통해 미국이 중국 수퍼 컴퓨터 업체를 거래금지에 올린 것을 두고 "미국은 무역협상 타결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